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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은, 짧다면, 두 배로 좋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by 구식구렁이 | 2007/04/24 08:42 | 스크랩 | 트랙백 | 덧글(0)
가톨릭과 교도권

"만일 보편교회의 권위가 나를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복음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성 아우구스투스, 푼다멘투스 서간 반박 中

by 구식구렁이 | 2007/04/17 13:29 | 스크랩 | 트랙백 | 덧글(0)
작은 상자

작은 상자는 젖니를 갖고 있고
작은 키와
작은 면적과 작은 부피를 갖고 있어요
그것이 작은 상자가 갖고 있는 전부랍니다

작은 상자는 점점 커져서 이제는 작은 벽장도 갖게 되었는데
전에는 그 작은 상자가 그 작은 벽장 속에 들어 있었지요

작은 상자는 커지고 또 커지고 그리고 또 커졌어요
그래서 이젠 그 속에 방과
집과 마을과 땅과
그리고 전에는 그 작은 상자가 들어있던 세계까지 갖게 되었어요

작은 상자는 자기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는
너무도 그것을 바랐기 때문에
다시 작은 상자로 작아지고 말았어요

이제 작아진 상자 속에는
아주 조그마해진 전 세계가 있답니다
당신은 그것을 쉽게 주머니 속에 집어 넣을 수도
쉽게 훔치거나 쉽게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

작은 상자를 조심하세요




 

바스코 포바, 작은 상자

by 구식구렁이 | 2007/04/15 09:54 | 스크랩 | 트랙백 | 덧글(2)
空의 매혹

  그때 나는 몇 살이었을까? 예닐곱 살쯤이었다고 여겨진다. 어느 한 그루의 보리수 그늘 아래 가만히 누워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눈을 던지고 있다가 나는 문득 그 하늘이 기우뚱하더니 허공 속으로 송두리째 삼켜져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無의 인상이었다. 그 인상은 어떤 풍부하고 충만한 생존의 인상에 바로 잇따라 느끼게 된 것이었기에 더욱 생생했다. 그후, 나는 왜 한 가지는 다른 한 가지에 잇따라 나타나는 것인가를 알려고 애를 써왔다. 몸과 혼으로 알려 하지 않고 지능으로 알려고 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가지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하여 나는 이것이야말로 철학자들이 <악의 문제>라고 부르는 바로 그 현상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보다 더 깊고 더 심각한 문제였다. 내 앞에 나타난 것은 파멸이 아니라 공백이었다. 입을 딱 벌린 그 구멍 속으로 모든 것이, 송두리째 모른 것이 삼켜져 버릴 판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현실성이란 실로 보잘것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생각을 되씹어보기 시작했다. <그날부터>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은――하여간 내면적인 사건들은――내부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것이 차례차례 겉으로 드러나는 일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나는 확신하고 있는 터이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것이 어느 날이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나는 그냥 살아간다기보다는 왜 사는가에 의문을 품도록 마련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하여간 <덤으로> 살아가도록 마련된 것이다.


――장 그르니에,『섬』중에서





읽다가 깜짝 놀랐다. 내 개인적 체험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누구나 이런 체험을 하고들 있는 거겠지, 인간의 본성은 종교적이라니까. 단지 감수성의 격차가 있을 뿐.

by 구식구렁이 | 2007/04/13 13:37 | 스크랩 | 트랙백 | 덧글(0)
신비나 증거
우리가 너무 어렵게 이야기한다고 누군가가 말하더라도 개의치 마십시오.
아마 그들은 정의상 예측 가능한 대중매체들의 <계시>에 의해 너무 쉽게 생각하도록 고무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렵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신비나 증거도 쉬운 것은 아니니까요.



                                                                             
      -움베르토 에코, 타자가 등장할 때 中
by 구식구렁이 | 2007/04/09 14:07 | 스크랩 | 트랙백 | 덧글(2)
친구

 친구란 무엇보다도 비판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그대에게 일러준 바 있지만 친구란 길손에게 자기 집 문을 열어주고 배낭과 지팡이를 구석에 놓도록 해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길손에게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 춤을 춰 보라 하지 않는 사람이다. 또 길손이 문밖 길거리에 퍼진 봄기운을 이야기하면 그 봄 이야기를 다소곳이 들어주는 것이 친구다. 그리고 그가 지나왔던 어느 마을에서의 끔찍한 굶주림에 대하여 이야기하면 이야기하는 길손과 함께 굶주림의 끔찍한 참상을 괴로워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미 말했듯이 인간 관계에 있어 친구란 그대를 위해 마련된 한 부분이며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그대를 위해서 문을 열어 주는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그대의 친구는 진실한 사람이며, 그가 말한 것은 모두가 참말이다. 가령 그가 다른 집에서 어쩌다 그대를 미워하는 한이 있어도 역시 그대를 아껴 주는 것은 변함 없다. 신전에서의 친구는 신의 힘으로 그대 팔굽을 스치면서 만나는 사람, 그대가 섬기는 신에게서 빛을 받아 나와 같은 표정을 짓고 내게로 시선을 돌리는 바로 그 사람이다. 말하자면 통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가령 내가 육군 대위이고 그가 가게 주인이거나 혹은 내가 바다를 달리는 선원이었을 때 그가 정원사였다 할지라도 그와 나 사이에는 교감이 가능하도록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처지에 있음에도 나는 그를 발견했고 나는 그의 친구가 되었다. 그의 곁에서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있다. 말하자면 나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정원, 산, 계곡과 사막에 대해서 하나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거기서 그는 결코 신을 끌고 다니지 않을 것이니까. 이제 나의 친구인 그대, 나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그대는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왕국의 대사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사를 대접하듯 그대를 잘 대우하고 자리를 권하여 앉기를 재촉하여 그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행복해진다. 그러나 내가 나의 왕국을 찾아 주는 대사들을 대접할 때, 우리나라에서 천 일이나 걸려야 걸어갈 수 있는  그 대사의 제국 본토에서는 백성들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산다든지, 혹은 그들의 풍속이 우리보다 야비하다는 이유로 대사들을 멀리하거나 혹은 대사들의 입국을 거절한 일을 보았는가. 그들이 내세우는 우정이란 우선 화해인 동시에 구질구질한 일상사를 초월한 정신의 위대한 순환인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식탁에까지 와서 군림한 그를 추호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환대와 정중한 예의와 우정이란 인간 내부에서 만나는 교통이다. 자기를 섬기는 신도의 키나 몸이 비대한 것 따위를 가지도 아옹다옹하는 신이 군림하는 신전에 무엇 하러 가겠는가. 혹은 나의 목발을 받아 주지 않고 내 춤 솜씨를 따져 보겠다는 뜻에서 나를 억지로 춤추도록 권하는 그런 친구의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대는 이 세상 여러 곳에서 많은 심판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만일 그대를 그대의 자의와 관계없이 엉뚱하게 반죽을 하거나 경화(硬化)시키거든 그들이 하는 대로 두어라. 그들은 삼나무를 빚어내는 폭풍처럼 썩 잘 맡아 할 것이다. 그대는 친구를 잘 용납할 수 있어야 한다. 신전에 들어가면 신은 그대를 더 이상 심판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생택쥐페리, 성채 中
by 구식구렁이 | 2007/04/09 13:51 | 스크랩 | 트랙백 | 덧글(0)
<이글루스펫> 까라마조프



 

                                                              맙소사.

by 구식구렁이 | 2007/04/03 15:35 | 이글루스몬 | 트랙백 | 덧글(0)
“Laborare est Orare.”

남을 섬기는 마음으로 행한 모든 육체 노동이 비를 내려줄 것임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 그때에 청중 가운데 소년 하나가 육체노동을 통한 예배가 신을 기쁘시게 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훌륭한 시인의 해설이구나. 정확한 해설이다. '야주나'라는 말 자체가 이미 '예배하다'는 뜻인 '야즈'에서 온 말이다. 우리는 육체노동으로 신을 예배함으로써 그분을 기쁘시게 해드린다. 사막에 비가 내리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거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비가 내려야할 곳에는 나무를 심어야 하고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곳에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


-간디, 바가바드 기타 해설 中

 

“Laborare est Orare.”
노동이 곧 예배였다. 애착과 혐오없이 일하는 법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래 전에는 모두가 그렇게 일했다. 모두가 그렇게 예배했다.

 
by 구식구렁이 | 2007/01/01 17:45 | 단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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